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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베스트내과 7 0 2026-10-15 16:19:00본문

[의학 칼럼] 맹장염인 줄 알고 응급실에 갔다가 듣게 되는 낯선 병명, '복막수염'을 아시나요?
안녕하세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의 속 편한 일상을 지켜드리기 위해 늘 연구하는 내과 전문의 이종진입니다.
"원장님, 어젯밤부터 갑자기 오른쪽 아랫배(혹은 왼쪽 아랫배)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너무 아파요. 맹장염이 터진 것 같아서 무서워요."
응급실을 가야 하나 고민하시다 잔뜩 겁을 먹은 얼굴로 진료실을 찾으신 환자분들 중, 검사 후 맹장염도 장염도 아닌 '복막수염(Epiploic Appendagitis)'이라는 생전 처음 듣는 진단을 받고 어리둥절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이름은 무시무시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불필요한 수술을 피하고 안도할 수 있는 '착한 염증'인 복막수염. 오늘은 갑작스러운 복통의 숨은 원인인 복막수염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 병에 걸렸을 때 정밀 검사가 생명줄이 되는지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대장에 매달린 포도송이, '복막수'에 쥐가 난 것입니다
우리 몸의 대장(큰창자) 겉면에는 마치 포도송이나 물방울처럼 조그맣게 매달려 있는 50~100여 개의 작은 지방 덩어리들이 있습니다. 이를 의학 용어로 '복막수'라고 부릅니다.
복막수염은 이 작은 지방 덩어리(복막수)가 몸을 갑자기 비틀거나 격렬한 운동을 할 때, 혹은 장의 연동 운동에 의해 꼬이면서 발생합니다. 복막수가 꼬여 피가 통하지 않게 되면 지방 조직이 괴사(썩음)하면서 심한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것이 바로 복막수염입니다. 주로 비만이 있거나 최근 체중이 급격히 늘어난 20~50대 성인에게서 흔하게 나타납니다.
2. 날카로운 통증은 맹장염과 똑같지만, '이것'이 다릅니다
복막수염에 걸리면 오른쪽이나 왼쪽 아랫배, 혹은 옆구리에 콕콕 쑤시거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날카롭고 강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걸음을 걸을 때, 기침을 할 때, 혹은 아픈 부위를 손으로 꾹 눌렀을 때 악 소리가 날 만큼 통증이 심해져 맹장염(충수염)이나 게실염으로 오해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하지만 맹장염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맹장염은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극심해지고 전체적으로 퍼지는 반면, 복막수염은 딱 꼬인 그 부위(국소 부위)만 찌르듯이 아픕니다.
· 맹장염이나 게실염은 38도가 넘는 고열, 구역질, 구토, 식욕 저하를 동반하지만, 복막수염은 통증만 심할 뿐 열이 나지 않고 밥맛도 정상이며 일상적인 컨디션이 잘 유지됩니다.
3. 과거에는 맹장염으로 오해해 '멀쩡한 배'를 열기도 했습니다
복막수염 자체는 생명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며, 특별한 치료 없이 진통소염제만 먹고 1~2주 푹 쉬면 염증이 가라앉고 꼬인 것이 풀리면서 흉터 없이 저절로 낫습니다.
하지만 이 병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통증의 양상이 수술이 꼭 필요한 맹장염, 게실염, 여성의 경우 난소 낭종 꼬임과 100% 겹친다는 점입니다. 초음파나 CT 장비가 흔하지 않던 과거에는 이 날카로운 통증만 보고 맹장염으로 오진하여, 서둘러 개복 수술을 했다가 맹장은 멀쩡하고 조그만 지방 덩어리만 꼬여 있는 것을 발견하는 헛고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4. 불필요한 수술대에서 나를 구출해 주는 '복부 CT 검사'
이제는 의학 장비의 발달로 이러한 억울한 수술을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복막수염을 진단하고 다른 응급 질환과 완벽하게 감별해 내는 가장 확실한 생명줄이 바로 '복부 CT 검사'입니다.
CT를 찍어보면 맹장(충수)이나 대장 벽은 멀쩡한데, 대장 바깥쪽에 조그만 지방 덩어리가 꼬여서 염증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3차원 영상으로 명확하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내과 전문의의 생활 밀착 조언 복막수염은 보통 복부 비만이 있는 분들에게서 더 자주 발생하므로,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뱃살(내장 지방)을 줄이는 것이 좋은 예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가장 주의하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갑자기 배가 아플 때 단순한 복막수염이나 장염이겠거니 지레짐작하고 집에서 임의로 강력한 진통제를 드시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진통제로 인해 통증이 가려지면, 만에 하나 진짜 맹장염이나 게실염일 경우 진단이 늦어져 장이 터지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배가 찌르듯 아프다면 물도 드시지 말고 즉시 CT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먼저 받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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